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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문화의 유산, 철학의 유산, 민주주의의 유산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칼럼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봐야 하는 여행지, 바로 그리스 아테네이다. 민주주의의 산실이자 유럽 문명의 뿌리, 그리고 철학의 땅인 아테네는 그 역사성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스는 기원전 5세기부터 문화와 철학, 그리고 민주주의 등 인류의 정신문명을 선도해 왔다…

그리스는 일찍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걸출한 철학자들을 배출하였을 뿐 아니라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토록 찬란했던 후예들답지 않게 많은 문화유산들은 주변국가에게 빼앗겨 자존심을 잃어 버렸고, 찾아드는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그리스가 남긴 세계 문화유산 1호, 파르테논 신전

트래블(Travel,여행)은 일반적으로 트러블(Trouble,불화)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아테네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크로폴리스(Acropolis)와 파르테논(Parthenon)신전을 보러 간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 그늘조차 없는 언덕배기를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시인 바이런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오! 파르테논이여, 세계의 자랑이여, 너의 발밑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나라는 굴에 갇힌 사자처럼 누워있다.”라고 파르테논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누가 뭐래도 아테네의 중심은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이다. 본래 “아크로폴리스”란 “높은 도시”란 뜻으로, 종교와 정치가 밀접했던 고대사회는 신전이 곧 국가의 심장부였다. 파르테논 신전은 뛰어난 예술성과 함께 그 위대한 역사성 때문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제 1호로 지정되었다. 이유는 가장 인간중심의 사상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 건축물이란 점 때문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의 딸이자 수호신인 “아테나”를 모신 신전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아테나 수호신 가운데 그들에게 올리브를 선사한 아테나 수호신을 선택했다는 신화를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페르시아가 파괴한 것을 다시 착공하여 완성(B. C 447-438)한 것이다. 역사의 변천과 함께 이곳의 주인도 수없이 바뀌었다. 395년 로마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칙령을 내렸을 때는 마리아를 모신 로마교회로 바뀌었고, 1456년 오스만 튀르크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에는 이슬람의 모스크가 되었다. 1687년 그리스를 지배하던 오스만 튀르크가 베네치아와 전쟁을 벌일 때는 화약고로 쓰이기도 했다. 전쟁 중 베네치아 군대가 파르테논 신전을 명중시킴으로 지붕이 날아가 버렸고, 내부 구조물과 아직 복원되지 않은 남쪽 6개 기둥과 현재 복원된 북쪽 8개 기둥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1805년 그리스가 오스만 튀르크 치하에 있을 때 영국의 대사로 부임한 엘진이 신전의 조각품과 부조들을 본국으로 빼돌렸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대영박물관 8전시실에 소장된 소위 “엘진 마블스”(Elgine Marble)라고 불리는 100여 점 이상 되는 부조들을 되돌려 받기 위해 “더 값진 보물을 줄 테니 돌려 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지만 영국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다.

그리스가 남긴 철학의 유산

고대 그리스인은 인간이 스스로를 개인으로서 의식한 문명, 즉 개인주의 문명을 최초로 쌓아올린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이집트, 바빌로니아, 페르시아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공동체 생활의 참여자로서만 인식했다. 개인은 집단 구조 속에 매몰되어 있었다. 호머 시대 그리스인 역시 아직은 개인주의 단계가 아니었다. 호머는 인생은 우연적 사건을 일으키는 힘, 즉 Tyche(chance)와 Moira(fate)의 지배를 받으며, 인간 행동의 동기가 인간 자신이 아니라 외부, 즉 신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개인주의란 자기 행동의 근원이 어떤 외부 권위나 주술적 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자신 속에, 즉 자신의 욕구, 희망, 이념 가운데 있으며, 자기 내면생활을 자기가 결정한다는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이 그리스에서 기원전 7세기 말부터 진전되다가 기원전 5, 4세기 아티카 문명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자기 발견은 외부 세계의 발견과 결부되어, 자아를 느끼는 것이 타자(타인과 자연계)를 느끼는 것과 함께 성장했다.

철학의 조상이라 불리는 그리스 탈레스(B. C 640-546)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지구는 물 위에 떠있다.”라고 했다. 그리스는 철학자의 고향이라 할 만큼 위대한 철인 소크라테스(B. C 469-399)를 비롯 플라톤(B. C 429-347), 아리스토텔레스(B. C 384-322)같은 대 철학자들을 배출해 냈다. 또한 “나의 일생과 의술을 깨끗이 지켜 나갈 것을 서약한다.” 라고 말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B. C 460-375)와 세계를 통일한 알렉산더 대왕(B. C 356-323)을 배출해 내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윤리학, 철학, 문학, 정치학 등을 3년 동안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는 단 한 권의 저서조차 남기지 않고 죽었기에 플라톤에 의하여 집대성되었고 플라톤 이후에는 또한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발전되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사상은 고대 헬라세계뿐 아니라 현대까지도 국가, 정치, 문화, 종교, 역사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전기와 옥중생활은 그의 제자 플라톤이 쓴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자세히 그려져 있다. 고대 철학자들의 전기를 쓴 디오게네스는 “무엇이 제일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자기를 아는 일이다.”라고 했고, “가장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고대 철학자들의 위대한 명제는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다.

그리스가 남긴 민주주의의 유산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천성적으로 폴리스적 존재”라고 한 말과 같이 폴리스는 그리스의 상징이었다.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파르테논신전과 아레오파고스(Areopagos)를 빼놓을 수 없다. 바울이 아테네를 방문했던, 1세기 이전부터 아크로폴리스에 우뚝 솟아 있던 파르테논신전에서는 휘황찬란한 종교의식이 정기적으로 집례 되어왔다. 그에 비해 아크로폴리스 언덕 바로 아래 아레오파고스에는 어떤 건물도 없이 그냥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이 둘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언덕 위와 아래에 있었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컸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파르테논신전은 기하학적 균형과 조형미가 상징하듯 이곳은 오직 신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곳에는 인간은 권리나 인권을 인정받기보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질서에 순종하고 따를 뿐이다. 이런 파르테논신전은 아테네뿐 아니라 고대 유럽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신정정치와 귀족정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언덕 아래에 있는 아레오파고스는 억울한 피고인마저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기에 바울은 아테네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다가 유대인들에게 기소 당했지만 이곳에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 (행17:22) 바울은 아레오파고스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것은 물론 정당성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아레오파고스는 시의회가 모여 회의를 하거나 재판을 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철학자들의 토론장이 되기도 했다. 아레오파고스의 권위와 법적 위상은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다. 바울이 아테네를 방문하여 이 자리에 섰던, 1세기는 시민법정 기능과 공개토론의 복합적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오늘날 민주주주는 보잘 것 없던 아크로폴리스 언덕, 사람들로 늘 북적대던 저자거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 살던 사람들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인 셈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가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예견했다. “군주정치가 타락하면 폭군정치가 되고, 귀족정치가 타락하면 과두정치(寡頭)가 되고, 그리고 민주정치가 타락하면 중우정치(衆愚)가 된다.”

필자 / 김학우[kmadrid@hanmail.net] /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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