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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스페인의 풍차, 네덜란드의 풍차, 풍력 발전기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 55회

네덜란드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풍차는 코펜하겐을 비롯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도 우둑 서 있다. 프랑스 풍차는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미적 대상으로, 반 고흐, 르느와르, 피카소 등 많은 화가들이 화폭에 담았다. 아울러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의 작품에서도 풍차 이야기가 등장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전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다.

스페인의 풍차는 스페인의 정신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으려 고향을 떠났다.” 세르반테스의 대표작, 돈 키호테 가운데 나오는 구절이다. 메마른 대지와 갈색 평원 위에 세워진 “라 만차(La Mancha-건조한 땅)”의 풍차마을, 스페인의 유명한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1547-1616)”의 “라 만차의 돈 키호테(Don Quijote de La Mancha, 1615)의 무대로 알려진 “깜포 데 크립타나”(Campo de Criptana)의 언덕 위에는 지금도 10여 개의 풍차가 이상향의 세계를 꿈꾸는 듯 서 있다.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세르반테스는 영국이 낳은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1616년 4월23일에 세상을 떠났다. 유네스코는 두 작가를 기려 그들이 세상을 떠난 4월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해 놓았다.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15세기 말 스페인은 이슬람을 몰아내고 가톨릭국가의 형태로 틀이 잡히면서 토지 대부분은 가톨릭교회와 귀족, 그리고 특정 가문에게 귀속되거나 분배되었다. 3 퍼센트의 귀족들이 전 국토의 97%를 소유할 정도로 토지와 부와 권력까지 집중되면서 하급 계층의 불만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세르반테스는 당시 반 종교개혁운동과 합스부르크 절대왕조의 통치하에 있던 스페인 왕국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쓰기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돈 키호테란 풍자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상적인 인물 돈 키호테와 현실적 인물 산초 판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가장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하므로,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는 셰익스피어와 함께 서양풍자문학의 백미로 불려진다. 당시 스페인 국왕 펠리페 3세 마저 길가에서 책을 들고 울고 웃는 사람을 보고 “저 자는 미친 게 아니면, 돈 키호테를 읽고 있는 게 틀림없다.”라고 할 정도였다.

금년은 세르반테스의 “라 만차의 돈 키호테”의 작품이 발표된 지 꼭 40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스페인 황금기의 대표적인 문학일 뿐 아니라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황제로부터 공작, 기사, 신부, 이발사, 매춘부, 도적, 점성가 등 사회 밑바닥 사람까지 총 659명의 인물이 나오며, 840개 이상의 각주나 속담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알베르 티보데는 “근대 소설의 효시”라고 찬사를 보냈고, 르네 지라르는 “돈 키호테 이후에 쓰인 소설은 돈 키호테를 다시 쓰는 것이나 그 일부를 쓴 것이나 다름없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전 세계를 뒤집어 봐도 돈 키호테보다 더 숭고하고 박진감 있는 픽션은 없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네덜란드 풍차는 동화가 아니라 산업이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이란 뜻을 가진 네덜란드는 튤립의 나라, 풍차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는 한반도의 1/5정도로, 전 국토의 30 퍼센트가 바다보다 낮고, 국토의 5분의 1이 간척한 땅이다. 바다보다 낮은 제방아래서 살았기에 수시로 바닷물이 들어왔고, 비가 내릴 때마다 바다물이 넘쳤다. 역사 자체가 물과의 투쟁이었고 물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둑을 쌓아 물을 퍼내야 했고, 바람으로 물을 퍼내는 풍차는 필수적이었다. 외부에서 네덜란드의 풍차는 동화 속의 풍경과 낭만의 대명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인에게 풍차는 일터였고, 기간산업이었다.

풍차는 단순히 바닷물을 퍼 올리는 역할뿐 아니라 방아를 곡식을 찧어 가루를 만드는 등 다양한 산업화의 동력이었다. 거기에다 풍차는 마을의 소식을 전하는 역할까지 했다. 가령 풍차의 날개가 “+” 모양으로 정지해 있으면, 지금은 잠시 쉬고 있으나 곧 재가동한다는 의미이지만, 당분간 휴업 중일 때는 풍차의 날개를 “x” 자로 정지해 두었다. 풍차의 날개가 정점에 이르기 전, “11시” 방향에 있으면, 그 집에 혼인 또는 출산 등의 경사가 있다는 뜻이며, 반대로 그 집안에 장례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날개가 정점을 조금 지나 “1시” 방향에 두었다. 실제로, 제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이 네덜란드를 침공해 왔을 때에 각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풍차 날개를 통해서 적군이 곧 들이 닥치게 되거나 공격해 올 것을 경고하거나 알리기도 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네덜란드 전국에는 1만여 개의 풍차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900여 개의 풍차만이 남아있다. 현재 남아 있는 풍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450년경에 만들어진 것이고, 가장 큰 것은 높이가 44.8m에 달한다. 그 가운데 수도 암스테르담 남서쪽에 위치한 킨더디지크  (어린이의 둑)엘슈트에 있는 풍차들은 대개 174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간척지 배수용 풍차였다.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풍차는 19개 정도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바다보다 낮은 땅을 가진 네덜란드 사람들이 나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국토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물을 다루는 뛰어난 기술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풍력 발전기는 에너지의 대안이다.

19세기 말 풍차는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당시 유럽에서는 풍차가 약 1500메가와트에 상당하는 동력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풍차는 기술의 변화로 새로운 기계들에 밀려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1970년대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에너지 파동이 일어나면서 “청정” 에너지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바로 풍차 개념의 동력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바로 오늘의 풍력 발전기이다. 풍력 발전기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문제 등 심각한 사안으로 대두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각 나라마다 각광을 받고 있다. 풍력 발전기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의 일종으로 운전 중 온실가스의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화석에너지 고갈 시에 대비한 유망한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1988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풍력 발전기로 한 세기 전에 사용했던 풍차와 똑같이 15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후 유럽을 비롯 전 세계는 바다와 산에서 부는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 가운데 덴마크는 전 세계에서 바닷바람 이용 의지가 가장 높은 나라로, 2030까지 전체 필요전력의 40%를 해양의 풍력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여기에 육상의 바람 10%를 추가해 절반인 50%를 풍력만으로 공급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바람의 힘이 강한 나라는 역시 섬나라 지형을 가진 영국이다. 영국은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영국 사상 처음으로 풍력 전기 생산량(14.2%)이 원자력 발전량(13.2%)을 추월했다고 영국 전력송출기관인 “내셔널 그리드”가 밝혔다. 영국인들에게 악명 높은 비바람이 이제는 “바람 불어 좋은 날”이 된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풍력 발전소를 가장 많이 설치한 세계 10위 국가들 가운데, 독일, 스페인 등 유럽지역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언덕이나 바다와 들판 할 것 없이 우뚝 솟은 풍력 발전기가 쉼 없이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 아이들 소리로 시끄러웠던 바닷가와 시골이 이제는 풍력 발전기 소리들이 대신하고 있다. 끝없이 줄지어 있는 풍력 터빈이 보기에 좋은 건 아니지만, 온실 가스를 줄이고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보다 큰 효자가 없기에 싫어할 수만 없는 형편이다. 과거의 풍차이든, 현대의 풍력 터빈이든 바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산들을 지어 바람을 창조한 이”(아모스4:13)에게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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