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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주는 교훈

[포커싱 프랑스] 채희석 목사/ 파리 모두 제자교회 – 9회

프랑스-독일 공동 역사 교과서가  “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주는 교훈”

과거의 역사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과거를 교훈 삼아 원수를 친구 삼는 지혜를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역사교과서 출판을 통해 음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제안해 본다. 아마 이것이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만들어낸 최초의 공동 역사 교과서
10년전 프랑스와 독일은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고등학교 교재 중 하나로 채택하였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와 독일간의 유대 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이 역사 교과서가 출간된 정치적 배경은 드골 프랑스대통령과 아덴하우어 독일수상의 주도 하에 양국 우호조약을 체결한지 40년 주년을 기념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의 시라끄 대통령과 독일의 슈뢰더 수상이 구체적인 합의를 보았고, 3년 후인 2006년 5월에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한 외교담당자는 이 역사교과서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학생들에게 전달된 역사 내용 중에서 불편한 양심을 만들어 내는 편협한 민족적 견해를 제거하여 프랑스와 독일 양국 간의 화해를 상징적으로 조인한 것이다” (리베라씨옹 5월 4일).

동 교재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을 위한 역사 교과서이며 1945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유럽사와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불어 판과 독일어 판으로 동시 출간된 이 교과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10 여명 저명한 전문가들에 위해 공동 편집되었다. 프랑스 측의 출판책임자는 이 책의 독특한 성격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지금까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어떤 국가도 관련된 다른 국가와 상호 합의를 한 사례가 전혀 없었다. 이러한 면에서 동 교과서는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경우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피가로 2005년 5월 4일). 프랑스 언론들은 동 역사교과서의 정신은 일본이 식민정책 (1931-1945)을 통해 중국 한국 등에서 범행 되었던 잔악성을 최소화하거나 침묵 속에 남겨 둔 최근 일본 역사 교과서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것이라 평가하였다.

이 공동 역사 교과서는 양 국가에게 서로 유익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서로 교차된 다양한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풍성한 역사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지만 아직 기재되지 않았던 여러 자료들이 선별되어 동 교과서에 삽입되었다. 교과서 편집에 참여한 한 역사학자는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는데 양국 편집부 간에 어려움이 예상보다는 적었다고 말하였다. 그 이유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역사 사건을 평가하는 것이며 다만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 서로 간에 차이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 역사 교과서의 창조적 면이 있다면 그것은 교육문화가 다른 양 국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통된 역사 관점으로 조율된 책을 만들어 냈다는데 있다. 이러한 역사적 노력은 양국간의 우애를 견고하게 하며 유럽연합 추진을 가속하는데 긍정적 파급 효과를 준 것이다.

법으로 역사를 기록할 수 없다. 역사는 역사가의 손에 맡길 뿐…
프랑스-독일 공동 역사교과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거 적대국이었던 양 국가가 서로 화해를 하되 여기에 역사적인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정치, 학계, 교육 민간이 종합적으로 노력하였다는 데 있다. 동 역사교과서를 통해 프랑스는 자신에게 피해를 준 적대국에 대한 화해의 노력을 역사 의식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했다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프랑스가 다른 나리에게 피해를 준 식민지 역사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비평을 수용하면서 피해 국가 및 민족과의 화해 노력을 한 것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사실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자국의 식민지 역사와 관련 거론된 격렬한 비판 및 논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런 토의 과정을 통해 정부는 국민 여론과 역사가들의 객관적인 입장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05년 2월 하원은 여당의 제안으로 “프랑스의 해외 식민지, 특히 북아프리카에서 긍정적 역할”을 명시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프랑스 식민지 통치 및 역사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여 이를 학교 교육에 반영하여야 한다는 일부 국회의원의 제안을 입법화한 것이다. 식민지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자책 의식에서 해방되어 자국의 과거 역사를 보다 긍정적으로 재평가하여 국민적인 자긍심을 높이자는 구실 하에 법률 개정안을 낸 것이다. 하지만 동 법안이 입안되자마자,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아를 비롯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되었고, 특히 구아데루프 및 마르띠니끄 등 프랑스 해외 영토령(DOM-TOM) 주민들로부터 동 법안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는 여론을 야기 시키게 되었다. 또 본국에서도 역사, 교육, 사회, 해외영토 행정 각 분야에서 걸쳐 동 법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았고, 이 논란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심지어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양분되는 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결국 시라끄 대통령의 중재로 “ 역사와 기록 분야에 대한 국회 활동 평가 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동 평가위원회는 각계 각층의 민감성을 청취하고 역사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역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차분한 성찰 한 후 대통령에게 최종 의견을 전달하였다. 시라끄 대통령은 “ 법으로 역사를 기록할 수 없고, 역사 기록은 역사가의 임무이며, 프랑스 공화국에는 공식적 역사란 없다”라고 강조하였다. 2006년 1월 5일 연두교서에 식민지 건설의 “긍정적 역할” 조항은 수정 될 것이라고 약속한 후 결국 긍정적 “역할”이 아닌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는 정도로 수정이 되었다. 프랑스는 과거 역사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고 객관적인 평가를 인정함으로써 과거에 저질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에 출간된 프랑스-독일 공동 역사교과서에는 이런 차원에서 점점 잊어져 가는 전후 반식민지화 성향에 대해서도 역사적 고찰을 회피하지 않았다. 특히 정치인이 아닌 역사가들의 손에 의해 객관적으로 쓰여진 역사 교과서를 학교 교재로 채택하였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동일한 해에 코피 안나 유엔사무총장이 아시아 방문 중, 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피식민지 국가에서 행해진 만행을 왜곡한 사실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역사에 대해 진실을 말하여야 한다”고 꼬집어 말한 것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분명한 양심적인 경고인 것이다 (Radio China Internationale 5월 11일). 일본과는 달리, 프랑스와 독일은 역사적 진실성을 전달하되, 국민들에게 가르치는 역사 교훈이 역사가의 손에 의해 솔직하게 집필되고 전달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준 사례가 된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획일적인 공식적 역사는 시대착오적 발상
10년전 프랑스와 독일이 보인 양국 간의 역사적 노력과 열매와는 대조적으로, 작금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지성인, 시민, 심지어 학생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정치적 힘으로 추진하려는 현 정부의 입장은 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임이 자명하게 드러난다. 프랑스의 한 전문가는 이들 보고 “격랑 속에서도 변치 않는 이념의 고질병” 속에 빠져 있는 한국을 본다고 말한다.

2014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일년 만에, 현재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가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다”고 연설하였다. 이에 힘을 받쳐주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국론 통합”과 “긍정적 국가관”을 내세우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매몰차게 시도하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자는 종북 세력이니 반체제를 구상하려는 자이니 밑도 끝도 없는 몰상식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나오기도 한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교과서의 어떤 내용이 국가 이념에 상반되는 것인가에 대해 교육부장관은 어떤 구체적인 설명도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또 정부가 검정하고 승인한 공인된 교과서를 스스로 배척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회적 논의를 통한 국민의 이해와 바램을 추구하기보다는, 정권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라는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나 있을 법한, 획일적인 공식적 역사만을 주입시키려는 국정 교과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이념적 편 가르기 논리로 인해 정부가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독재 치하에서 <지성의 부동성>이 존재했던 시대와는 달리, 민주주의 사고방식과 다양한 분야에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로 가는 현대 흐름과는 역행이요, 다양성보다는 획일적인 사고방식으로 통치하려는 시대착오적 정책인 것이다. 특히 동북아의 새롭고도 불확실한 정황 속에 처한 우리나라가 역사 수정주의에 연연하는 민족주의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억압된 시대의 영웅주의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통일될 한반도와 전세계에 흩어진 7백만 동포가 모두 주인이 되어, 국민에 의해, 국민을 위한 새로운 국사와 세계사를 써 나아가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남한과 북한이 화해를 목적으로 공동 역사책을 편집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도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역사적 비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정책의 피해 국가로서 프랑스가 전쟁 가해 국가인 독일과 우호의 손을 잡고 화해를 상징적으로 조인하는 공동역사교과서를 출판한 것에 대해 무관심할 수가 없다고 본다. 물론 유럽의 대표적인 두 나라 프랑스와 독일과의 관계에 비해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는 역사적 배경 면에서나 정치적인 입장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작금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은 역사교과서 상에서 식민지 역사의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려 하거나 심지어 정당화하려는 입장에 있어 독일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프랑스와 독일의 예를 본받아, 양국간의 화해를 목적으로 한일 공동 역사책을 편집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이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먼저 양 국가 간의 정치적인 의지와 협상이 선행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이라는 한 배에 탄 입장에 있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필연성이 있다. 또 민족을 넘어선 유럽공동체라는 정체성 확립에 대해 이미 반세기에 걸쳐 수많은 노력을 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 간에도 양 국가 간에 정치, 경제 협력이 그 동안 꾸준하게 논의 되었고 이것이 양국간의 우호관계를 회복하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두 국가 간의 실리적인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지, 민족 차원에서 화해를 상징적으로 이루게 하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은 아니었다. 가깝고도 가장 먼 곳이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다. 지정학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세계관, 역사관,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의 현실 안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절이 아닌 화해를 향한 국가적 신념이 있다면 어렵게 보이는 현재의 장벽도 정복할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다. 같은 논리로 남한과 북한이 언젠가는 공동 역사 교과서를 쓸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너무나 모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역사는 정치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국민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와 함께 국민적인 정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정치인이 주도하여 과거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려고 했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치인이 역사를 공식화한다는 월권 행위에만 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프랑스 식민통치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역사교육에 가장 반기를 든 자는 다름이 아닌 식민통치의 지배를 받았던 국내외 백성들이다. 국민적인 정서 차원에서 과거 식민지 통치 하에 수없이 저지른 과오와 실책을 은폐하거나 미화하는 행위를 용납 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식민지 정책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과거 피식민지 백성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을 법조문에 새긴다는 점에서 역사와 양심에 다시 한번 상흔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프랑스-독일 간의 공동 역사교과서 출판은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사료된다. 인간관계가 화목하지 못했을 때 서로가 겪는 내적 고통의 짐이 크듯이 민족간에 얽힌 역사적 반목과 갈등의 무거운 질고를 무한정하게 후세에게 물려 주는 것은 결코 최선의 길을 아닐 것이다. 불독 공동 역사교과서 출판은 우리 세대가 지금도 바라보지 못하는 새로운 차원의 역사 관계를 기대하게 만든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 사실은 객관적인 사실이기에 수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일한 역사를 바라는 시각은 달라 질 수는 있다. 우리는 한 역사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과거를 교훈 삼아 원수를 친구 삼는 지혜를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역사교과서 출판을 통해 음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제안해 본다. 아마 이것이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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