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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미켈란젤로의 손, 뒤러의 손, 렘브란트의 손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 62회

종교적인 미술에서 손은 하나님과 소통하는 언어와 같은 역할

전통적으로 언어와 소리를 직접 사용할 수 없는 미술작품에서 손은 추상적 개념이나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중요한 시각적 도구이다. 특히 종교적인 미술에서 손은 하나님과 소통하는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손을 가리켜 “눈에 보이는 뇌”라고 했으며, 뉴턴은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라고 칭송했다. 과학과 예술의 혼은 뇌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바로 손이다.

미켈란젤로, 천지창조를 “하나님의 손”으로 표현하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는 르네상스 최고의 화가, 조각가 그리고 건축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와 경쟁자이자 동료이기도 하다. 대체로 미켈란젤로의 최고 작품으로 “다윗”(David, 1504)상과 “피에타”(Pieta, 1499), 그리고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천지창조”(1508-1512)를 꼽는다. “천지창조”의 작품들 가운데서 “아담의 창조”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지창조”의 그림은 하나님이 오른쪽 팔을 쭉 뻗어서 생명을 불어넣고, 아담은 왼쪽 팔을 뻗어 그 생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서로의 손끝이 닿을 듯 말듯 마주한 거리에서 집게손가락의 끝을 통해 생명이 전달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손가락이 서로 닿기만 하면 창조의 모든 과정이 완성된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손이 닿기 직전에서 정지시켜 버렸다. 이것은 창조 사역은 단순히 완료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작을 미완성으로 정지시킴으로써 오히려 창조사역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미켈란젤로는 하나님의 손에 응답하는 아담의 손, 즉 인간의 손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담이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부여 받기 전의 반응을 통해 인간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훗날 스티븐 스필버그는 아담이 생기를 얻기 전, 손을 들어 올리는 과정을 착안하여 영화 “이티”(E.T.1982)에서 사용한 바 있다.

미켈란젤로의 전기를 쓴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는 “예술이 새로운 광명을 얻었으니 미술가들이 해야 할 일은 그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이라고 격찬했다. 즉 미켈란젤로가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루었으니 이제 그의 작품을 본받기만 하면 된다고 까지 할 정도였다. 1786년 독일의 문호 괴테 또한 시스티나 “천지창조” 천정화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스티나 천지창조를 보지 않은 사람은 한 인간이 얼마나 큰일을 해 낼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천정화를 그린 미켈란젤로 자신은 정작 이렇게 고백했다. “내 수염은 하늘로 향했고 가슴은 하프처럼 구부러졌으며 물감이 떨어지는 붓은 내 얼굴을 포장하고 허리는 창자 속으로 들어갔고, 엉덩이는 모래주머니와 같다… 나는 화가도 아닌 내가 못된 장소에 와 있다.”라고 투덜댔다. 그럼에도 미켈란젤로의 생각과 달리 그의 작품은 5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인을 바티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미켈란젤로의 손에서 나온 힘이라기 하기 보다는 아담을 창조한 하나님의 손에서 나온 힘일 것이다.

뒤러, 친구의 마음을 “기도하는 손”으로 표현하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걸작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대표적인 그림은 “기도하는 손”이다. “기도하는 손”은 친구의 마음을 손의 형태로 하나님에게 전달하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뒤러가 그린 그림 속 손의 주인공은 바로 뒤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친구 프란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손이기도 하다. 뒤러는 “기도하는 손”을 그린 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기도하는 손이 가장 깨끗한 손이요, 가장 위대한 손이요, 기도하는 자리가 가장 큰 자리요, 가장 높은 자리다.”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 심금을 울리는 것은 친구를 위해 희생하며 땀 흘린 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뒤러가 그린 “기도하는 손”은 아무런 꾸밈도 없이 거칠고 투박한 그대로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뒤러의 “기도하는 손”은 기도와 일은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는 중세 기독교 미술사의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하다. 기도를 주제로 한 그림이나, 특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이미지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환영을 받았다. 그것은 기도가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성숙과 겸손 그리고 희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렘브란트의 제자로 알려진 니콜라스 마에스(Nicolaes Maes, 1634-1693)의 작품 “기도하는 노파”에서 이런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노파는 고양이가 음식을 내려 보고 테이블보를 잡아당기는 줄도 모르고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삶이 주변 환경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두 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중세기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대표적인 걸작으로 밀레의 “만종”을 빼놓을 수 있다. 밀레(Millet, 1814-1875)의 “만종”은 가난한 부부가 석양이 물들어 가는 들녘에서 오늘의 일용할 양식인 감자 바구니를 앞에 두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낭만적이고, 평온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부부의 곁에 있는 바구니 안에는 감자가 아닌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어린 아기의 싸늘한 주검이 들어 있었다. 부부는 죽은 아기를 땅에 묻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도를 올린 것이다. “기도란 하나님을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한 키에르케고르(1813-1855)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렘브란트, 자녀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 손”으로 표현하다.  

렘브란트(Remrandt, 1606-1669)는 1636년에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철부지 탕자에 관한 이야기를 토대로 “유산을 탕진하는 탕자”를, 1669년에 “돌아온 탕자”를 제작한다. 명화 “돌아온 탕자”는 술과 여자 등 정욕의 충족으로 자기 영혼을 만족시키려 했던 둘째 아들이 결국 몸과 마음이 병든 만신창이 탕자가 되어 돌아온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아버지의 눈은 매일같이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짓물러 멀게 되었다. 때문에 아버지의 시선은 초점이 없다. 이는 눈이 멀기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눈물로 밤을 지새운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돌아온 동생을 안고 안심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오른쪽에 서 있는 맏아들의 태도는 냉담하다. “꼴좋다.”라고 말해 보이는 특유의 냉소적인 표정으로, 불량아들을 조건 없이 받아 주는 아버지가 몹시 불만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아들을 감싸 안고 있는 아버지의 두 손은 서로 다르게 그려져 있다. 왼쪽 손은 힘줄이 두드러진 남자의 손이고, 오른쪽 손은 매끈한 여자의 손이다. 아버지의 강함과 어머니의 온화한 부드러움이 손을 통해 동시에 표현되고 있다. 렘브란트는 한 폭의 그림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 인간의 약한 것과 강한 것, 평안함과 불안함 그리고 인간적인 마음과 하나님의 마음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렘브란트가 그린 아버지의 두 손은 이사야의 표현과 닮았음을 느낄 수 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그럼에도 아버지의 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모든 빛이 아버지의 손에 집중되어 있고, 다른 두 사람의 시선도 아버지의 손에 쏠려 있다. 아버지 손 안에는 용서와 사랑 그리고 치유가 함께 담겨져 있다.
맥아더 장군은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본 이후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파괴하는 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군인의 직업을 가졌으나, 오직 자신의 손이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손으로 쓰임 받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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