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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묵상

“수컷이나 암컷이나”

[그림이 있는 말씀일기]  손교훈 목사 글, 아들 손민해 그림/ 7회

수컷이나 암컷이나 흠 없는 것으로…

성도들에게 “쉬운 목사”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무슨 직분을 맡았든, 그 무엇으로도 차별이 없는 교회, 누구나 쉽게 밥 먹고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교회, 나는 포기할 수 없다.

[본문말씀 : 레위기 3장]

화목제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수컷이든 암컷이든 제물로 드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 차별이 엄연하던 그 시절, 그래도 “수컷이나 암컷이나 흠 없는 것으로”(1, 6) 드릴 수 있는 이런 제사가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런데 21세기에 와서도 한국교회 안에는 여전히 남녀 차별 의식과 제도들이 있고, 게다가 그것이 은혜로운 것이요 변함없이 사수해야 할 전통과 법이라고 생각하는 교회가 적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인간의 의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인가! 쉽게 편견을 갖게 되고, 그것은 고정관념이 되어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신념이 되고 신앙처럼 되어 버린다. 어쩌면 우리 시대 신앙생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신앙이라기보다, 편견 즉 과도한 자기 신념이 아닐까? 종종 여행 중에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예수 믿는 사람들도 있고, 교회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도 있다. 돌아보면, 나는 솔직히 예수 믿는 사람들보다도 예수 안 믿는 사람들하고가 더 편하고 진솔했다는 기억이 많다. 이상하게 예수 믿는다는 사람들하고는 대화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들 대부분은 들으려 하기 보다는 먼저 말을 하려고 했다. 자기 생각과 조금만 다르다 싶으면, 금방 울타리를 치는 듯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답답한 인간, 영 대화가 안 되는 인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가슴이 콱 막혀 온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인사를 잘 한다. 옛날이야 몰라도, 오늘날 그것이 어디 밥 못 먹어서, 배고파서 하는 인사이겠는가? 함께 마주 앉자는 것이다. 마주 앉아 이야기 하자는 것이다. 나는 매주일 예배 후에 온 교우들이 함께 밥을 먹는 교회의 목사인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언제나 먹는 데는 차별이 없으니까^^ 물론 준비하고 설거지 하는 일이 수고스럽고 자칫 여기에 차별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우리 교우들이 함께 준비하고, 특히 남녀 노소 구분 없이 즐겁게 설거지 및 뒷정리를 감당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혹시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예배 시에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교우들과 한 상에 둘러 앉아 먹고 마시는 일이 단순한 애찬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교우들과 내가 아무런 격의 없이 하나가 되는, 예배의 하이라이트인 것 같아서 더욱 좋다.

그런데 진짜, 나만 좋은 건가? 언젠가 나는 ‘목사가 사는 식사’ 쿠폰 다섯 장을 교우들에게 나누어 드린 적이 있다. 분명 다섯 명의 교우가 쿠폰을 받았을 텐데, 내가 식사 대접을 할 수 있도록 그 쿠폰을 사용해 주신 분은 두 세 분 뿐이었던 걸 보면, 성도들에게 “쉬운 목사”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무슨 직분을 맡았든, 그 무엇으로도 차별이 없는 교회, 누구나 쉽게 밥 먹고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교회, 나는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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