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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호저, 죄수, 전차의 딜레마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 64회

어떤 쪽을 택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결과-딜레마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Kierkegaard,1813-1855)는 그가 쓴 책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말로 “딜레마” (dilemma)의 의미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딜레마”란 “진퇴양난”, “궁지에 빠진” 뜻으로 쓰인다. 딜레마의 어원은 그리스어 di(두 번) lemma(제안)의 합성어로, 두 제안이란 뜻이다. “딜레마”는 둘 중에 어떤 쪽을 택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오는 상황을 말한다.

“호저의 딜레마”, 대화가 해답이다.

“추운 겨울, 호저(고슴도치 종류)들이 혹한을 이기기 위해 옹기종기 모인다. 하지만 몸에 있는 가시들이 서로를 찌르자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진다. 그러자 곧 뼈 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서로에게 몸을 붙여보지만 다시 가시에 찔려 또 흩어진다. 호저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몸을 붙였다가 가시에 찔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에 서로 가시에 찔리지도 않으면서 추위도 이길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낸다.” “쇼펜하우어”(Schopenhauer, 1788-1860)의 “여록과 보유” 중에 나오는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호저들의 고심을 가르쳐 “호저의 딜레마”라고 불렀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자들과 사상가들이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탁월한 “호저의 딜레마” 이론을 모른척하고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는 “호저의 딜레마” 이론을 그럴듯하게 다듬어 “집단 심리학과 자아분석”(Group Psychology and the Analysis of the Ego)이란 이론으로 내놓았다. 프로이드는 인간관계, 특히 부모와 자녀, 부부 등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큰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호저와 같이 끊임없이 아프지도 않으면서 따뜻한 거리를 찾기 위해 대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현대 호스피스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 1926-2004)는 “인생수업”이란 책에서 건강한 사람과 죽음을 직면한 환자 사이에도 “호저의 딜레마”를 극복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환자는 무조건 마음의 고통을 참는 것보다 상처를 받았을 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곧장 ‘아프다.’ 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상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프다고 말할 수 없을 때는 가시의 아픔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적합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일은 호저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된다. 대인관계에서 너무 가까워지면 상처입고, 너무 떨어져 있으면 외톨이가 되므로, 호저의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적합한 거리는 결국 찔림과 추위의 반복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찾게 된다. 호저들은 혹독한 추위와 반복되는 가시의 찔림을 통해서 딜레마를 극복하지만, 사람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다. 대화는 대인관계의 최고 딜레마인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인 셈이다.

“죄수의 딜레마”, 협력만이 살 길이다.

미국 경제학자이며,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인 앨버트 터커(Albert Tucker)에 의해 제안된 “죄수의 딜레마” 이론은 정치, 경제, 사회, 심리학자들에게 인용하면서 보편화 되었다. “죄수의 딜레마”는 “두 공범자가 서로 협력해 범죄사실을 숨기면 형량이 적어지지만, 형량을 감해 준다는 수사관의 유혹으로 상대방의 범죄를 서로 폭로하면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해 상대의 죄를 서로 폭로함으로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공범자(A와 B)가 경찰에 잡혀 심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물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고, 범인의 자백에 의해서만 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공범자는 의견을 교환할 수 없는 따로 떨어진 공간에서 심문을 받는다. 검사는 두 용의자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공범자(A와 B)가 모두 죄를 자백하면 각각 10년형을 받게 된다. 만약 A가 자백하고, B는 입을 다물 경우 A는 특전을 받아 무죄로 풀려나고 B는 20년형을 받게 된다. 반대로 B가 고백하고 A가 입을 다물면 B는 무죄, A는 20년형을 받는다. 만약 A와 B가 모두 끝까지 입을 다물면 3일씩 구류를 살고 무죄로 풀려난다.” 여기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공범자 A와 B가 모두 입을 다물어 3일씩 구류를 받고 무죄로 석방되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줄 알지만 상대의 태도를 잘 모르기에 대체적으로 죄를 자백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상대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나의 불행이 상대에게 행복이 되는 제로섬 게임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오히려 비 제로섬 게임(non-zero-sum game)이 더 일반적이다. 상대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고, 상대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죄수의 딜레마” 이론은 대인관계와 공동체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미시간 대학교 정치학, 인공지능, 복잡성 이론 등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쓴 “협력의 진화”에서 “협력은 최고의 생존 전략이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의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는 “세계의 지도자들을 모두 가두어 놓고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쓴 “협력의 진화”의 책을 준 다음 모두 읽을 때까지 풀어주지 말아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협력을 강조한 “로버트 액설로드”의 책을 격찬했다.

“철로를 이탈한 전차의 딜레마”, 희생보다 위대한 것이 없다.

“상황 1, 당신은 전차의 기관사이다. 전차는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하고 있다. 철길 앞에는 인부 다섯 명이 작업 중이다. 전차를 멈추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 이 상황을 가만히 두면 인부들이 모두 죽고 말 것이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뿐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명을 살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상황 2, 이번에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 곁에 서 있다. 이번에는 비상 철로가 없는 상태에서 전차가 들어오고 있다. 철로 끝에는 인부 다섯 명이 있다. 문득 당신 앞에 서 있는 덩치 큰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남자는 죽겠지만 전차는 멈출 수 있다. 당신이 직접 몸을 던져 전차를 막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그렇다면 덩치 큰 남자를 미는 행위는 옳은 일인가?”
한때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1953- )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도덕적 딜레마의 상황을 요약한 것이다. 상황 1의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다섯 명의 인부가 죽는 것 보다는 한 사람이 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상황 2”에서 흔들리게 된다. 달려오는 전차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밀어 넣는 일은 아무리 다섯 사람의 인부를 구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잔인해 보이기 때문이다. 샌델은 두 상황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는 대신 독자들에게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이 주장한 “철로를 이탈한 전차의 딜레마”는 미국에서 실제로 시행된 적이 있었다. 2011년, 미국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미시시피 강의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 하구에 있는 수많은 도시들이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 2011년5월14일,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약200만 명이 살고 있는 배턴루즈와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의 수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댐의 문을 인구 약 5만 여명 정도 되는 모건시티와 후마 지역으로 방류하여 소도시와 농경지를 의도적으로 침수시켰다. 미국의 언론들은 대규모의 인명피해와 치명적 타격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음에도 소도시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에 대하여 “악마의 선택”이라고 불렀다. “전차의 딜레마”에 있어 숨겨진 샌델의 해답에 대하여 대부분의 학자들은 “타인을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규정한 위대한 미덕이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피터 스타인버거는 “샌델은 자신의 견해를 논증하기보다는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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