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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 프랑스 개신교가 던지는 질문과 과제

[프랑스포커싱]  채희석 목사/ 프랑스 침례교 목사/ 21회

루터라는 인물보다는 종교개혁 자체에 초점을 둔 프랑스 교회

프랑스개신교총연합회(FPF)가 내세운 2017년도 구호는 <개신교인들의 해 2017년 – 형제애로 살자>로 즉 오늘날 개신교인의 정체성과 연합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프랑스의 또 다른 개신교 연합체로 2400여개의 복음주의 교회를 회원으로 삼고 있는 프랑스복음주의교회연합단체(CNEF)는 <성경에 감사>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프랑스 개신교는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기독교 역사가는 16세기 종교개혁의 불씨를 일으킨 장본인이 마틴 루터(Martin Luther)라고 말하고 있다. 소위 교황의 <면죄부 남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신학적 논쟁을 위해 95개조 반박문을 작성하여 공포한 날(10월 31일)을 종교개혁의 시발점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루터의 개혁사상을 한 마디로 함축해 주는 “<오직 믿음으로> <오직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을 얻는다”라는 구호는 그 시대뿐만이 아니라, 21세기의 모든 개신교인에게 동일한 메아리를 울려준다. 독일에선 2008-2017년 동안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을 <루터의 10년>(Lutherdekade)이란 이름으로 준비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 개신교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천주교가 지배하는 프랑스를 위시한 라틴국가에선 종교개혁을 언급하되, 루터라는 인물보다는 종교개혁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30여개의 개신교 교단을 회원으로 둔 프랑스개신교총연합회(FPF)가 내세운 2017년도 구호는 <개신교인들의 해 2017년 – 형제애로 살자>(Protestants 2017 – Vivre la Fraternité)이다. 즉 오늘날 개신교인의 정체성과 연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비단 개신교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천주교인, 개신교인, 복음주의교인들이 남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서로 자신의 <들보>를 깨닫자는 《티와 들보》(마 7.3-4) 포럼도 열고 있다. 또 프랑스의 또 다른 개신교 연합체로 2400여개의 복음주의 교회를 회원으로 삼고 있는 프랑스복음주의교회연합단체(CNEF)는 <성경에 감사> (Merci pour la Bible)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통해 영적 각성내지 영적 부흥을 위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여기엔 종교개혁의 핵심 신조였던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 무색할 정도도 현대 개신교인, 복음주의교인들이 점점 말씀을 멀리하는 경향에 도전하려는 의도도 있다.

물론 2016-1017년 준비된 종교개혁 관련 크고 작은 모든 행사에서 루터의 이름은 언급되고 있다. 루터의 신앙심에서 발로된 비텐베르그 사건이 종교개혁의 불씨가 된 것도 사실이고, 온 유럽에 미친 영향력도 지대했다. 하지만 유럽의 16세기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종교개혁이란 거대한 배는 이미 초기부터 루터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 있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종교개혁이 취리히, 스트라스부르그, 제네바, 런던 등에서 일어나, 이미 다원적인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루터는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불씨였지, 화약은 아니었다” i) 라고 언급한 프랑스 루터교회의 마크 뮐러 목사의 말은 왜 프랑스 및 다른 유럽국가가 종교개혁을, 루터와 함께 또는 루터가 없어도, 나름대로 기념하는 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이신칭의>는 여전히 종교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로 인정 받고 있는가?  
루터가 강조한 핵심 교리인 <이신칭의>, 즉 믿음을 통한 구원은 놀라운 성경 가르침의 발견이자 영혼 구원과 교회 소명을 밝혀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카톨릭교와 종교개혁자 간에는 믿음에 대한 성경적 이해가 다소 달랐고, 이는 또한 긍극적으로 구원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있었다. 즉 믿음에 관한 견해 차이는 구원관의 차이로, 구원관의 차이는 교회관의 차이로 귀결이 되면서, 16세기 당시 종교개혁자들은 카톨릭교회로부터 분리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카톨릭교회와 구별을 짓게 만들었던 종교개혁의 핵심 교리 <이신칭의>는 오늘날까지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500년이 흐르면서 개신교에서 <이신칭의> 교리를 느끼는 온도감의 차이는 시대마다 달랐다. 프랑스 개신교 역사학자 삐에르 샤뉘(Pierre Channu) 교수에 의하면, 유럽에선 <이신칭의> 교리가 종교개혁 이후 불과 2-3 세대가 지나면서 신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역동성이 점점 소진되어갔다고 말하고 있다ii) .

다른 한편, 신구교간 교회분리의 근간이 되었던 <이신칭의> 교리에 대해, 최근에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다. 특히 기독교연합운동 차원에서, 이 점에 대해, 루터교회와 카톨릭교회 간에 많은 대화가 이루어 지고 있다. 그 결과 로마카톨릭교회와 루터교 세계연맹은 1999년에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공동 성명>iii) 을 한 바 있다. 이는 동 교리에 대해 반드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미비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차이가 상호간의 공동된 입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며, 동일한 교리를 공동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 상호 확인한 것이다. 그 동안 서로에 대한 오해와 일방적인 주장을 지나치게 해 온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신구교간 연합운동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특히 복음주의자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신칭의> 교리가 개신교 종교개혁을 일으킨 주된 근간이 되었다는 것을 앞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럼 루터교회와 카톨릭교회가 이신칭의에 대해 공동 입장을 선포한 이 시점에서, 루터교 나아가 개신교의 정체성 내지 존재 이유는, <이신칭의>만으로는 온전히 구별이 될 수 없게 된다. 교회 간 일치와 연합의 필요성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노력이 제도적 안정을 줄 수는 있어도, 다양성이 배제된 전체주의, 권위주의라는 적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계는 2017년도에 카톨릭교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에 정식으로 참석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루터교회와 카톨릭교회는 수년 전부터 대화와 교제를 해 왔고, 지난 500년 동안 양 교회 간의 사건과 역사를 보다 포괄적으로 고찰하여 왔다. 그 결과를 <갈등에서 교제로>(Du conflit à la communion)iv) 란 제목으로 2013년에 그들의 공동된 입장을 발표하게 된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 대립관계 안에서 각 교회의 일방적으로 위한 입장을 지양하며(1장), 루터와 종교개혁에 관한 견해에 대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재정리한다(2장). 반감보다는 상호 화해를 우선시하는 입장을 가지고 기존의 해석적 입장을 시정해 나간다(3장). 신학적 쟁점에 대해선, 비록 두 교회간의 완전한 일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핵심적인 신학적 주장에 대해 수렴된 입장을 갖고, 지속적 대화를 추구한다(4장). 이런 차원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을 함께 추진한다 (5장). 구체적으로 서로 비난하던 과거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5개 조항으로 정리된 연합된 입장을 발표한다(6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 오늘날 카톨릭교와 구별된, 아니 이미 분리된 개신교가 여전히 타협 없이 지켜야 할 신조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신구간의 연합운동이 심화되면서 동시에 내부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종교개혁의 정신은 어떤 진리 위에 견고히 세워져 존속되어야 하는가?
상기 언급한 대로, 작금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루터교, 더 나아가 종교개혁을 유산으로 이어 받은 모든 개신교에게 있어서, 정체성과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개신교 종교개혁이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역동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가? 물론 16세기에 가장 중요했던 <이신칭의> 교리가 신구교 간의 대화로, 또는 어떤 일치를 위한 연합운동으로 인해, 그 의미가 희석되거나, 구호 자체가 미래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개신교는 기독교 역사 상 <하나의 괄호> 안에 있었던 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개신교는, 천주교에 대해서, 독립적인 입장을 가지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카톨릭교회와 구별되기 위해, <이신칭의> 외에 또 다른 신조를 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재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에는, 성경번역을 통한 게르만 민족의 공간적 통합과 일치, 지속적인 교회 내부 개혁을 통한 변화 추구, 회중교회 개념에 기초한 독립적 공동체 발현 등 여러 목적과 실현이 있었다. 물론 이런 개혁운동이 비단 루터 한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존 위클리프(1331-1384), 얀 후스(1369-1415)와 같은 종교개혁 선구자들에 의해 교회와 사회 개혁을 위한 비슷한 시도가 이루어 진 바 있다. 오늘날 종교다원주의, 다문화 사회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작금 21세기 현실을 고려할 때, 개신교 교회가 세속화되는 위기에서 회복되려면, 또 다른 강력한 신학적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새롭게 고안하는 것보다는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했던 구호 중에서 찾아본다면,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오늘날 많은 성도들이 성경은 지니고 있지만, 성경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성경의 일부는 알아도 전체 본질을 잘 모르는 속 빈 신앙을 지닌 문화적 신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다시 한번 성경으로 돌아가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직 성경> 신조는 모든 영적인 삶의 기초가 되며, 교회와 성도가 건강해 지는 영적 양식과 지혜를 공급하여 줄 것이다. 더 나아가, 사람보다 하나님을 의지하게 인도하는 지침이 될 것이다. 또 말씀이 영원한 것처럼, 종교개혁 정신이 교회와 성도를 보다 장기적으로 지탱해 줄 것이다. 개신교가 <오직 성경>을 통해 변화될 때, 말씀 외에도 눈에 보이는 성례 전통과 교황의 권위를 동시에 같은 수준으로 의존하는 카톨릭교회와 명백하게 구별하게 만들 것이다.  
 
맺는 말: 진정한 개혁 정신에 충실해야 개신교는 회복된다 !
개신교 교회는 그 자체로 자족하는 순간 진정한 개혁정신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새로워지는 소명을 가진 교회이다. 개신교 교회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모양의 실존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다시 한번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종교개혁자들이 원래 추구했던 것은 카톨릭교회에 대해 또 다른 교회를 만드는 것에 있지 않았다. 그보단, 본질적으로 신자의 삶과 교회가 원천으로 돌아가는 것, 다시 말하면 복음 위에 새로워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16세기나 21세기 그 어느 시대에도 적용되는 변치 않는 진정한 개혁정신이다. 오늘날 개신교 교회는, 주어진 시대 상황에서 복음을 통해 내부적 영적 갱신내지는 회복이 이루어져 계속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프랑스 개신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기념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 안팎으로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 도전을 하고자 한다. 개신교총연합회 또는 교단 차원에서 회원들 간의 <연맹적 관계>(le lien fédératif)를 해산의 수고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획일적인 교회 연합 내지 일치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각 교회의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창의력과 생명력을 제한하지 않는 연맹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회 차원에서도, 교단 차원에서도 회원들 간 상대방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사는 것> (vivre ensemble)을 배우고 있다. 세계화되어 가는 시대에서, 프랑스인들은 <다문화성> (multiculturalité)을 사회 전반적으로, 그리고 교회 안에서도 체험해 가고 있다. 총연합회는 모자이크 위원회를 통해서 (2006년), 침례교단에서는 다문화교회 연구그룹(2014)을 통해 상호문화적 만남과 교제가 교회 안에서 이루어 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모든 개신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이 시대를 복음으로 조명하고, 말씀으로 새로워져 사회에 유익한 공동체가 되길 소원해 본다.

i) Marc Frédéric Muller, « Une allumette, mais pas la poudre », Réforme (주간지), 3697호, 2017.01.05, p.5.
ii) Op.cit .
iii) Eglise catholique et Fédération Luthérienne Mondiale, La Doctrine de la justification : déclaration commune, Cerf/Labor et Fides, 2000, 108p.
iv) Rapport de la commission Luthéro-Catholique romaine sur l’unité, Du conflit à la communion : commémoration Luthéro-Catholique commune de la Réforme en 2017, 2014,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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