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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선 안 될 사랑이 왜 아름답게 여겨지는가?

[로마칼럼]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박목월의 “기러기 울어 예는” 노래에 얽힌 비사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사랑이라는 가슴 떨리는 아름다운 단어의 실체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곳으로부터 온다. 그래서 그 사랑에 감염 되면 논리도 이성도 술에 취한 듯 흐느적거리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가곡 “기러기 울어 예는”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그 노래가 탄생한 배경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가슴 절절한 내용이었다.

나는 시인 박목월의 마지막 유고가 어느 신문에 실렸었는데 글의 내용이 하도 좋아서 오려서 오랫동안 간직한 경험이 있다.
1978년에 실렸던 칼럼이었는데 그 내용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분은 장로님으로 시무하셨던 독실한 신앙인이었기에 더욱 친밀감이 컷 던 분이다.

그는 혈압이 있어 겨울이 오기 전에 치료차 한양대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그 길이 마지막 길이 되고 말았다. 겨우 60이 조금 지난 연세이었는데 말이다.
그 칼럼의 내용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많은 친구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병문안 온 친구들은 하나같이 자네, 빨리 퇴원하이!
자네 퇴원하고 무교동에서 술 한 잔 하지!
아니면 식사나 한번 하자고! 하면서 너나없이 약속을 쉽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병상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약속은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속을 하려면 내가 앞날에 대한 약속을 내 마음대로 할 게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이라는 하나님의 주권을 항상 먼저 가정하고 약속해야 진실 된 약속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무슨 계시를 받은 양, 이 칼럼을 신문에 게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고 말았다.

그런데 나는 이런 말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항상 입안으로 흘얼 대던 가곡의 가사를 박목월 시인이 썼다는 것과 그 가사에 김성태 교수가 곡을 붙였다는 일에 흥미가 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연히 이 시가 쓰이게 된 이유를 알고 나서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용이 너무나 아름답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박목월 시인은 6.25 전쟁이 얼어나자 대구로 피난을 갔다.
그리고 교회에서 박목월의 시를 아주 좋아 하는 서울의 명문대 국문과 여대생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이 시인과 독자의 만남이었으나 만남의 회수가 빈번하게 되자 조금씩 연정이 싹트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환도하여 서울로 올라오면서 만남은 지속되었다.
목월은 여대생의 태도가 단순한 팬의 수준을 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후배 시인에게 여대생을 잘 설득하도록 부탁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문예 살롱에서 그녀는 나는 사랑 외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이런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면서—

그녀의 집은 부요하였기에 부모님은 서울 흑석동에 집을 한 채 마련하여 거기서 학교에 다니도록 주선하여 주었다고 한다.
혼자서 살고 있었기에 더욱 외로웠을 것이고, 그에 비례하여 시인을 향한 맹목적 사랑은 한없이 커가게 되었을 것이고—

아름답고 풋풋하기만 한 소녀의 강렬한 사랑에 시인은 그 뜨거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시인은 40대로 아내와 자식이 있는 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륜을 죄로 여기는 크리스천이었고—
사랑을 아름답게 여기는 감성에 침잠될 때 이성은 무력하게 된다.
이제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아내에 대해 답답하게 여기게 되고 윤리나 도덕은 거추장스러운 겨울옷처럼 벗어던져버려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게 된다.

어느 대형교회 목회자에게 질문을 했던 일이 있다.
그는 특히 여자문제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소문도 없는 목회를 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말하기를 저는 문제가 일어난 후를 먼저 생각합니다.
순간을 절제하지 못함으로 문제가 일어나게 되면 교회가 온통 힘들어지게 되고 가정도 어렵게 되지 않겠습니까? 아내와 자녀들이 그 일로 인해 겪게 될 고통을 미리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지요. 고로 그런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었답니다.
그렇다.
남편이 한 순간 잘못으로 방송과 신문에서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될 때 가족들의 아픔과 실망, 그리고 분노는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더더구나 사랑하시는 하나님께는 면목이 없게 되고 말이다.

그러니 박 목월 시인은 신앙인이었으니 불륜에 대한 번민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까 싶다.
젊을 때 이성의 유혹처럼 강렬하고 치열한 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목월 시인은 어느 날 사랑하는 여대생과 함께 훌쩍 집을 떠나고 말았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말이다.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작열하던 무더위가 가고 그 자리를 가을의 서늘함이 채워져 올 때,
박목월 시인의 아내 공주 댁 유익순이 살며시 두 사람이 동거하는 제주도로 물어물어 찾아왔다. 그리고는 충청도 양반이라는 유익순 씨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남편과 동거인의 겨울 한복을  새파란 여대생에게 살포시 디밀었다.
손수 한 뜸 한 뜸 바늘에 찔려가면서 지은 두툼한 솜옷을—
그리고는 머뭇거리더니 치마 춤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놓고는 말없이 일어났다.
생활비로 보태 쓰라고 말이다.

이런 천사 같은 아내를 보고는 목월은 생각을 굳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사랑의 불장난을 끝내야 갰다고 말이다.
그리고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벅차게 일어나는 시상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의학적으로 분석하면 불같은 사랑은 뇌에서 분출하는 도파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도파민은 보통 18-30개월 정도만 분출한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본래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성이 만나 뜨거워지는 것도 잠시 동안 일어나는 현상에 불과하다.
시인들은 그 것을 온통 아름답게 묘사하고 몽환적으로 그리지만 말이다.

지금 박목월 시인은 천국에서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까?
나는 소프라노 성악가 이영애 씨가 부른 노래를 반복하여 듣고 있다.
당시의 박목월 시인의 심정을 헤아려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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