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나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오월
오피니언유크시론

나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오월

[유크시론 187호]  이창배 발행인


하나님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신다


그렇다. 너무도 세밀하신 하나님은 지금까지 나의 모든 것을 아시고, 보시고, 듣고 계신다. 그저 몸 상태로 인해서 내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하나님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이 오월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면서 높이 주님을 찬양한다.

5월 1일, 메이데이라고 불리는 오월을 시작하는 첫날 아침이 창문을 통해 조용히 밝아왔다. 창밖으로는 건너편 건물과 그 중간에 조성된 융단처럼 깔려져 있는 초록색 잔디밭 위로는 소리 없이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이 잔디밭은 과거 유대교 시나고게 건물이 세워져 있었던 곳임을 알리는 약간의 건물잔해와 조형물이 세워져있다. 이따금 창문유리에 흐르는 빗방울 바라보며, 모처럼 기대했던 공휴일, 지난 수일 동안 병원주변에 떠나지 않던 인기척조차 사라졌던지 몹시도 적막이 흐르는 병실에서 오월의 첫날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병원이 이렇게 차분한지도 잘은 몰랐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소리도, 간호사들의 병실 출입도 늘 조용조용하다. 사람의 목소리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마치 병실에 와있는 것이 아니라 한적한 수도원에 피정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병실도 쾌적하고 넓은데 그나마 3인실 침대 방을 수삼일 전부터 독방으로 쓰고 있으려니 더욱 한적한 느낌이다. 그래도 감사하다.

시간은 항상 없다고 채근하는데, 이렇게 호젓하게 한 주간을 입원해 있다는 것이 적잖이 마음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지난해 고국에서 입원해 진찰을 받고, 자가면역결핍증후군이라는 것과 여기에서 시작된 육체적 고통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리고는 독일로 돌아와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하면서 다시금 바쁜 일상에 접어든지 8개월째이다. 그 중간에 다시 고국에 나가서 그 동안의 경과를 살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게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래 독일병원의 전문의를 찾아가게 됐고, 몇 번의 상담과 진료를 통해서 나의 상태를 파악한 전문의가 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며 지난 4월 마지막 주간에 급히 다름슈타트 시립병원의 전문의에게 나를 보내 각종 검사와 구체적인 치료절차를 받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

이렇게 만난 병원장급인 전문의는 상세하게 한국으로부터 가져온 내 치료경과 기록물을 검토하고, 현재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여려 검사들을 며칠 동안 시행했다. 그리고는 치료를 위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향후 수개월 동안 정기적인 통원치료를 받자고 한다. 얼마나 고마운 말이던지 감동이었다.

목사로서의 연약함과 은혜의 비례
지난해 8월 서울의 유명병원에서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을 때, 하루하루 병원생활이 참 불편하기도 하고, 부담도 컸다. 매일 늘어나는 치료비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독일에서의 지금 상황은 너무도 편안하다. 좋은 의료시설에, 각종 첨단의 의료장비, 비싼 치료제를 사용하면서도 전혀 환자에게 그 비용 부담이 없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선진국다운 복지시스템이다.

물론 독일병원생활이 그다지 편한 것은 아니다. 언어소통도, 매끼니마다의 식사를 하는 것도, 주위 환자들과 서로의 문화적 이해를 맞추는 일도 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우선 순위를 살뜰히 지키는 이들을 접하며 막연히 가지고만 있었던 독일병원시스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속 좁았다는 생각도 나름 정리를 하게 됐다.

사실 나는 목사이다. 한 사람의 목사로서 예기치 못했던 질병에 노출되어 강단에 서고, 목회활동을 한다는 것이 늘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 온다. 그렇다고 특출한 영적인 능력을 가져서 말씀으로, 기도로 한 번에 병을 깨끗이 낫게 하는 실력도 없으니 하는 무기력감도 때때로 찾아든다.

지난해의 경우, 사실은 죽음의 고비를 넘긴 것이다. 내가 지닌 육체의 한계상황에 이르렀고, 지탱해 줄만한 아무런 힘도 없을 만큼 거의 탈진에 빠졌을 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 그렇다고 그 병의 원인을 알아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인데, 자가면역결핍증후군이라는 것은 마치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내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오히려 내 면역체계가 스스로 자기 몸을 공격해 가장 약한 어느 부분을 집중 파괴시키며 급속히 진행이 된다. 곧, 죽음에 이를 수도 있게 되는 무서운 현대병이라는 이유이다. 일종의 그런 특이현상으로 인해서 어떤 약을 사용할 수 없고, 무작정 수술을 할 수도 없다. 스스로 어느 정도까지 버티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그래야 병증이 확실하게 나타난 부분에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하나님
나의 주치의였던 전문의는 유명한 대형교회의 장로님이였다. 그분도 그런 의미로 “목사님은 하나님의 종이시니 그분께 맡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현재의 상태에서는 현대의 첨단의료기술로도 해드릴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며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 장로님에게 “참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해 주셔서” 라고 했다. 이미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또 읽고 기도하면서, 날마다 침상기도로 눈물을 흘리며, 이런저런 생각들로 이제 남은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가정과 목회, 자녀들과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세상적인 근심으로 마음이 반반 나누어진 가운데 곧 하나님의 응답으로 들려진 것이었다.

그 즉시로 나는 선포했다. “네, 나의 목숨은 애초부터 당신의 것입니다. 이제까지 보너스의 삶을 주신 것이니, 이제 거두시는 것도, 더 연장해 주시는 것도 이 모든 것이 아버지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실 줄을 믿습니다.” 큰 깨우침이었고, 결단이었다. 그 이튿날 병원에서 퇴원할 때 주치의 장로님이 약을 처방해 주면서, “이 약이 반드시 목사님에게 맞는 치료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약 외에는 그 어떤 다른 약도 현재까지 개발된 것은 없습니다. 이 치료는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나는 하나님의 기적을 맛보며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선포하며 살았다. 이 치료는 이미 예수님의 보혈로 깨끗해졌다고 믿었다. 실제로 나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병원에서 퇴원해서 지금까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러 사역의 일정을 감당했고, 앞으로도 줄줄이 큰 일정과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과정에 최근 독일병원을 찾게 된 일이 됐고, 정밀한 검사를 통해 이제 치료해야할 부분이 어딘지, 그 치료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그 동안 무너졌던 자가면역체계가 거의 복구가 됐다니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랍고 세밀한 것인가? 이렇게 병실에서 아름다운 오월을 맞이하게 됨이다.

그렇다. 너무도 세밀하신 하나님은 지금까지 나의 모든 것을 아시고, 보시고, 듣고 계신다. 그저 몸 상태로 인해서 내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하나님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이 오월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면서 높이 주님을 찬양한다.

이달의 말씀 | 로마서 8:38-39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느니라.

답글 남기기

Previous Next
Close
Test Caption
Test Description goe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