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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마차, 쌍두마차, 마차의 두 바퀴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 74회

마차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균형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파스칼(1623-1662)이 사두마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한 이후 신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마차는 일반적으로 바퀴에 따라 분류하지만 마차를 끄는 말의 숫자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다. 보통 말 한 마리가 끌 때는 마차, 두 마리는 쌍두마차, 그리고 네 마리는 사두마차라고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은 말과 그 숫자에 상관없이 그 의미가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쟁과 승리의 상징, 사두마차

마차와 청동 기마상은 유럽 어느 곳을 가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천에 깔려 있는 마차와 기마상의 대부분은 전장에서 공을 세우거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마차와 청동기마상의 시작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역사에서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BC 446-365)가 최초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사두마차를 타고 로마에 입성했던 장군이다. BC 753년 로물루스가 로마를 처음으로 창건한 인물이었다면 카밀루스는 외적의 침입으로 무너질 뻔했던 로마를 지킨 탁월한 장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집정관(Consul)의 자리에 오른 적이 없지만 로마 시민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를 독재관(Dictator)으로 임명했다. 그것도 무려 다섯 번씩이나 독재관을 지냈을 정도로 로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영웅전”의 저자 플루타르코스는 로마의 위대한 장군 카밀루스를 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 장군과 대비시켰다. 두 사람 모두 위대한 장군이었고 외적의 침입을 물리친, 탁월한 지휘관이었지만 결과는 대조적이었다. 조국 아테네를 배신했던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반면 카밀루스는 마지막까지 로마 시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노환으로 평온하게 임종을 맞이했다.

파리의 상징물은 에펠탑, 런던의 상징은 런던 브리지가 랜드 마크로 알려진지 오래 되었다. 반면 독일 베를린의 상징물은 통독이후에 비로소 브란덴부르크 문이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 하였다. 브란덴부르크 문과 상단에 세워진 사두마차는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1788년부터 4년간에 걸쳐 만들었다. 빌헬름 2세는 처음 브란덴부르크 문을 “평화의 문”을 상징하기 위해 세웠다. 그러나 정작 브란덴부르크 문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1806년 나폴레옹이 프로이센을 정복한 후에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과해 베를린에 입성하므로 정복과 승리의 상징으로 바뀌게 되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프로이센 왕국의 흥왕기와 독일제국의 성립, 제 1차 세계대전의 패전, 히틀러의 나치스 등장,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 패전하여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을 포함 상단에 세워진 사두마차는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브란덴부르크는 통일의 상징으로, 독일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두 권력축의 상징, 쌍두마차

쌍두마차(雙頭馬車)는 두 마리의 말이 하나의 마차를 이끄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어느 한 분야에서 주축이 되는 두 사람, 사물, 세력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교회사적으로 “쌍두마차 세계”(Thd Age of Christendom)”란 어거스틴에서 동, 서방교회 분열까지의 중세사회, 즉 교황과 황제가 하나의 종교사회를 이끌었던 시대를 의미한다. 특히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시점(410년)에서 동서방교회의 분리(1054) 사이에 교황과 황제, 교권과 제권이 충돌하고 야합하면서 하나의 종교와 국가를 이끌었던 “교황들과 황제들의 시대”를 일컫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교황, 인노켄티우스 3세(1198-1216)는 “교황은 태양, 황제는 달이다.”라고 말하였다. 교황과 황제, 두 권력이 충돌한 사건 가운데 1078년 “카노사의 굴욕”을 빼 놓을 수 없다. 일반 세계사 교과서에조차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노사의 굴욕”사건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독일의 황제 하인리히 4세를 눈이 내리는 카노사 성 바깥에 사흘 밤낮을 세워놓은 것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로마 교황의 권위가 신성로마제국 황제 위에 군림한다는 사실을 과시한 사건이었다. 세계사에는 이 정도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시오노 나나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시오노 나나미는 카노사의 사건은 황제의 굴욕으로 권력다툼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황제의 설욕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십자군 전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황제 하인리히 4세의 반격으로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7년간 로마를 떠나 살아야 했고, 죽을 때까지 교황의 공식 거처인 라테라노 궁에 들어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뒤를 이은 우르바누스 2세 교황까지도 9년 동안이나 그레고리우스와 같은 처지에서 지내야 했다. 황제의 박해를 받은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던진 승부수가 바로 십자군의 시작이었다.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황제에겐 없고 교황에게만 있는 힘 즉, 신의 이름을 빌리므로 다시 교황이 힘을 갖게 되었다. 교황과 황제, 교권과 제권이 충돌하고 야합하는 쌍두마차의 역사는 끝나지 않고 지금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두 균형의 상징, 마차의 두 바퀴

현대 자동차가 처음으로 “포니”(PONY)란 이름을 붙여 시판했는데, 이 말은 라틴어의 “작고 예쁘다”는 의미를 가진 “조랑말”이란 뜻이다. “크레도스”(CREDOS)란 이름도 라틴어의 “믿다, 확신하다”는 말로 고객들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차”란 의미다. 현재 국산 최고급차로 알려져 있는 “에쿠스”(EQUUS)란 차 이름도 라틴어 “개선장군의 말, 멋진 마차”란 뜻을 가지고 있다. “갤로퍼”(GALLOPER)또한 라틴어로 “질주하는 말”이란 뜻이다. 자동차의 이름을 유난히 말과 많이 연관시킨 것은 말처럼 잘 달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말이 자동차 이전시대, 특히 로마시대 때부터 최고의 교통수단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과학 문명의 발달이 그렇듯 말과 마차의 역사도 전쟁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사용한 최초 교통수단은 BC 35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발견된 “나무 바퀴”를 근거로 탈것을 사용했다고 짐작하고 있다. 마차는 한자 그대로 “말이 끄는 차”를 의미한다. 마차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균형이다. 마차의 바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거나 고장이 나면 마차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기에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래서 힘이 균형을 이룰 때를 흔히 사람들은 “마차의 두 바퀴”라고 표현한다. 두 힘의 균형은 사회 전반에 걸쳐 요구된다. 정치, 경제, 종교, 소득과 분배, 수입과 지출 등, 한두 경우가 아니다.

독일 농민전쟁이 일어날 때 카를 5세 황제와 그 휘하에 있는 300여명의 봉건영주들이 모든 권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카를 5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서 세 가지 면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 첫째는 유럽을 지배하기 위한 프랑스와의 패권싸움에 전념하고 있었으며, 둘째는 오스만 터키의 침략으로부터 신성로마제국을 보호하는 책무와 그리고 철저한 로마교회 신자로서 루터의 종교개혁을 분쇄하고 로마교회의 단일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카를 5세는 혼자 이 같은 막중한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당시 교황, 레오 10세와 동맹을 맺어 루터를 제거하고 종교개혁을 분쇄하도록 촉구하였다. 유럽의 역사에서 황제와 교황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일이 거의 없었지만 종교개혁을 분쇄하는 일만큼은 서로 힘을 모았다. 하지만 카를 5세는 프랑스와의 전쟁과 오스만 터키의 침략을 방어하기에 힘이 부쳐 루터를 비롯한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였다.

대신 교황과 황제와 그 휘하에 있는 봉건영주들이 독일전역에서 일어난 농민들의 봉기를 모두 진압하였고, 전쟁은 영주들의 승리로 끝났다. 독일 농민들이 1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희생되었지만 영주들에게 패한 것은 교황과 황제가 힘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교황의 권력 아래에 있는 영주들과 황제의 권력 아래에 있는 영주들이 원수처럼 패권 다툼에 여념이 없었지만, 농민들을 착취하는데 만큼은 마차의 두 수레바퀴와 같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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